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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L/Opinion

러시아의 오웬 시체프의 몰락


드미트리 시체프의 근황을 국내에서는 접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더욱 그렇죠.


그의 소속팀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더이상 러시아리그 우승경쟁을 하는 팀이 아니고 (성적으로만 보면)


드미트리 시체프 또한 최근 몇년간 그저그런 선수였고 그래서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습니다.


큰 관심을 갖고 러시아리그를 살펴보지 않는한 그는 잊혀진 존재였습니다.


그런 시체프가 더더욱 잊혀지려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드미트리 시체프는 10여년간 정든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떠나


이웃국가 백러시아의 민스크를 연고로하는 디나모 민스크에 임대되었습니다.





시체프의 디나모 민스크 임대는 몇년전만 하더라도 말도 않되는 소리였으나


지금은 아주 현실적인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체프의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선배이자 로마에서도 뛰었던 구렌코가 스포츠 디렉터로 있으며


구단주가 직접 시체프의 임대를 위해서 발벗고 나섰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할때 조금 아이러니한 부분은 시체프가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서 벗어나


출전시간을 늘릴수 있는 기회는 몇번의 이적시장 전부터 있었습니다.


같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모르다비아에서 적극적으로 구애했으나 시체프는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벤치에 남았었고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디나모 민스크로 임대간것.


그리고 임대를 결정하기전에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와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이었기에


자유이적으로 본인의 출전시간과 주급을 어느정도 보장받을수있는 팀으로 이적도 가능했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의 결정인지 선수 본인의 결정인지 시체프는 또한번 어이없는 결정을 했습니다.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첫번째 어리석은 선택은 2002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스파르탁 모스크바에서의 받던 주급에 불만이 생기고 또 다수의 유럽클럽들의 관심으로 인해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시기에 박지성의 아버지같은 스타일의 아버지의 간섭으로 인해


4개월 출장정지까지 먹으면서 어린나이에 마르세유로 이적한 사건입니다.


물론 당시 스파르탁 모스크바의 구단주였던 체르비첸코는 모두가 아는 XX 이었습니다만


시체프의 요구또한 팀의 프렌차이즈이자 기둥인 티토프에 버금가는 말이 않되는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시체프 본인보다 아버지의 요구였겠지요.


자신을 스파르탁 탐보프라는 촌구석 팀에서 당시 러시아에서 가장 핫하고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나가는 스파르탁 모스크바로 불러들여 2002 월드컵까지 나가게 해준 은사


로만체프 감독 밑에서 좀 더 기량을 닦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결과론적으로는 로만체프 감독이 2003년 시즌 도중 경질당하지만 시체프가 있었다면


2003시즌에서 스파르탁 모스크바가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어린 시체프는 마르세유에서 그닥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고작 33경기에 출장해서 5골이 전부입니다.


유일하게 필자가 기억하는 활약이라면 오스트리아 빈과의 2003/2004 챔피언스리그 최종예선에서


빈 원정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뽑은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챔피언스리그 출장으로 인해서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벤치에서만


지켜봐야했죠.


2003/2004 시즌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AS 모나코와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치뤘습니다.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그 이후 한번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본적이 없습니다.


현재는 잘해야 유로파리그에 나올수있는 팀으로 바뀌었죠.






2004년 겨울 이적시장 드미트리 시체프는 모두를 놀래키는 결정을 합니다.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로의 이적이죠.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유리 쇼민이 이끄는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드미트리 로스코프라는 리그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와 


전성기 티모슉과 비교되는 블라미디르 마메노프가 중원을 지키고 있는 아주 좋은 팀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러시아리그 우승을 다투는 챔피언스리그 단골 손님이었죠.


이때만 해도 시체프는 또래의 케르자코프나 파블류첸코 아르샤빈 보다 잘나가는 선수였습니다.


2004시즌 시체프는 리그 27경기에서 15골을 넣으며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리그 두번째 우승에 기여합니다.


다시 러시아의 원더보이가 살아난거죠.


유로 2004에도 다녀오고 비록 애매한 등번호인 3번을 달고 뛰었지만 말입니다.


이때만 해도 시체프는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와 함께 승승장구 할것으로 비춰졌으나


2005.2006시즌 리그 3위를 끝으로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더이상 우승경쟁은 물론


챔피언스리그에 한번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유리 쇼민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떠나고 부터 계속되는 감독의 변화와


팀 멤버들의 변화 그리고 오웬처럼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조금씩 나이가들면서


그 스피드를 잃었을때의 문제점과 부상이후의 몸상태가 시체프를 탑 클래스의 선수로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았습니다.


사실 히딩크 사단의 유로 2008 명단에 포함된것도 큰 행운이라고 봅니다.


제가 생각할때 2008시즌 시체프는 평범하다 못해 그저 그런 선수였으니까요.


리그 26경기 7골을 기록한것만 봐도 이해가 갑니다.


시체프의 은사 로만체프가 파블류첸코에게 이런말을 했죠.


"러시아리그에서 괜찬은 스트라이커라고 불리려면 한시즌 못해도 10골을 넣어줘야한다."


맞는 말입니다. 3경기 1골정도의 스탯이죠.






시체프 만 29세입니다.


이제 마지막 선수로서 전성기를 불태워야하는데 축구변방 벨라루스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그의 절친이자 라이벌 케르자코프는 아직도 러시아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이며


제니트의 주전으로 챔피언스리그에 개근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마이클 오웬이 은퇴했는데 러시아의 오웬으로 불리던 시체프도


마이클 오웬의 전처를 밟아가는 느낌입니다.


폼은 일시적이나 클라스는 영원하다.


다시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합니다.